토리야마 아키라는 일본 만화의 신화인 동시에 한국 만화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글 / 김도훈(문화 칼럼니스트, 작가)
어떤 면에서 나는 친일파에 가까울 것이다. 정치적 친일파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문화적 친일파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물론 이것도 어감이 딱히 좋지는 않다. 그러나 당신이 나와 같은 엑스세대라면 내 고백에 숨죽여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엑스세대는 유년 시절부터 이미 일본 문화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살아온 첫 세대다. 1980년대 초 텔레비전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넘쳤다. 나가이 고 원작의 <마징가 Z>와<그랜다이저>,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은하철도 999>와<천년여왕>, 미야자키 하야오의<미래소년 코난>등 내 세대의 무의식을 여전히 잠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일본산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유년기를 몽땅 쏟아부은 애니메이션이 모조리 일본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종의 허무에 사로 잡혔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