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막을 올린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돌아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번 주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에서 ‘외국인’은 비단 인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첫 남미 출신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외국인, 이민자, 실향민, 망명자, 난민 예술가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공표했지만, 이방인의 목소리에 진정 귀 기울이게 된 건 이번 비엔날레가 인간계뿐 아니라 비인간계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상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존재를 미술적으로 호명하는 작품은 세계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합니다. 이쯤 되니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직전 부랴부랴 리움미술관으로 달려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을 보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파레노야말로 일찌감치 세계를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동시에 결합하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인간 중심의 편협한 시선을 부지불식간에 전복해온 대표적인 미술가이니 말이죠.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