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 대형 유리 돔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닿을 수 없었던 하늘과 손이 맞닿는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2개의 돔과 2개의 하늘 사이 2개의 동일한 피사체가 움직인다. 김수자가 거대한 보따리 안에서 빚어내는 마법 같은 시간. 여기는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미술관이다.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피노 컬렉션)에서 9월 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흐르는 대로의 세상(Le Monde comme il va)>에 참여하는 29팀의 작가들 중에서 주인공을 뽑자면 단연 김수자다. 18세기 곡물 저장고로 지은 돔형 건물의 중앙을 차지하는 지름 29m, 높이 9m의 원형 홀 ‘로통드(Rotonde)’는 미술관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전시마다 누가 혹은 어떤 작품이 이곳에 놓이는지에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니 주인공이라는 비유가 다소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나 피노 컬렉션의 1층과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