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범죄도시>는 ‘비루한’ 영화였다. 영화가 비루했다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세계가 비루했다는 얘기다. 돈을 빼앗는 악당들은 있지만, 떵떵거리며 사는 악당은 없다. 악당을 원펀치로 날리는 경찰은 있지만, 그들은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악당의 욕망이라는 것도 비루하기 짝이 없다.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싶다거나, 다른 이가 돈을 벌고 있는 영업장을 가로채서 돈을 벌고 싶다거나. 말하자면 <범죄도시>는 비루한 세계에 사는 비루한 악당들의 비루한 범죄를 역시 비루한 방식으로 처단하는 영웅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의 7할이 마동석이었다면, 나머지 3할은 영화가 그리는 세계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3, 4편에 걸쳐 이 균형이 무너졌다. 전편과는 다른 색깔의 범죄와 빌런을 구성하는 노력을 했지만, 동시에 마동석의 마석도에게 더 크게, 더 많이 기대는 방향으로도 노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