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실 그런 게 아닐까? 지금 내 삶이 최선이라 믿게 만들면서 최악의 모습을 보게 하는 것.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서 가장 알맹이 없는 말은 뭘까? 내 생각엔 “여행을 좋아해요” 또는 “취미는 여행”이라는 말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므로 이 말을 통해 상대에 대한 유의미한 단서를 얻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신이 이제껏 세상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방랑하며 살아갈 거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곤 한다.
여행을 싫어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거부하는 여행 반대주의자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다. 호탕한 성격의 변증론자 G.K. 체스터턴(G.K. Chesterton)은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궁색하게 만든다”고 했고, 고독의 희열을 중시했던 사상가이자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여행을 “어리석은 자의 행복”이라 일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