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가격을 매기기에 앞서, 책이 품은 사유의 가치를 묻는다. 시행 6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인 도서정가제 앞에서.
사무실의 형광등 불빛이 유독 흰빛으로 느껴졌던 것은, 겨울 초입의 저녁 어둑한 창밖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신인의 이름을 부르다 지친 배달원들은 상자를 쌓아놓고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사람들처럼 조금은 들떠서 상자에 붙은 송장의 이름을 확인하던 그들은 옮길 수 있는 만큼만 들고 자신의 부서로 갔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중에는 내 것도 있었다. 커다란 상자 세 개. 발치에 내려놓고 생각했었다. 이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더라. 그것이 책인 것만은 분명했다. 모두 내가 산 것들이었는데, 대체 무엇을 샀기에 이렇게 큰 상자가 세 개씩이나 놓여 있는 것일까. 조금은 부끄러웠고, 한편 화가 나기도 했었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전날 이야기다. 그때 나는 출판사 편집자였다. 대개의 편집자가 그러하듯 내게도 책 욕심이 있었고, 그 욕심을 일에 필요하다는 그럴듯한 핑계로 잘 포장해두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