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핸드백. 패션 시장에서 상징적 위치를 점하는 아이템은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주요 패션 하우스에서 백 시장을 독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몇몇 패션 하우스들이 그 시즌에 선보인 대표적인 백 몇 가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항의 전부였는데, 당시 사람들은 케이트 모스나 올슨 자매가 들고 다니는 잇 백에 대해 새 교황을 뽑는 비밀선거 콘클라베 못지않은 관심과 집중도로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SNS가 일궈낸 시장의 민주화는 소규모 독립 브랜드가 광고비 한 푼, 매장 한 뼘 없이 수많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제공했고, 그렇게 거대 자본주의의 백 시장 나눠 먹기 시대는 20년 만에 종식됐다.
더 빠르고 짧아진 유행 주기, 끊임없이 트렌디한 신상으로 플렉스해야 하는 SNS 환경은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참신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자크무스나 스타우드(Staud), 반들러(Wandler)와 바이 파(By Far) 같은 소규모 브랜드를 백 시장의 슈퍼스타로 추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