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고 선명한 선율이 들린다.
박은빈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태생부터 예민한 악기를 꾸준히, 집요하게 연주하는 자들에게만 일어나는 딱딱한 변화다. 일주일만 소홀히 해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굳은살은 현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훈장으로 불린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음대생 채송아 역할을 맡은 박은빈은 대역 없이 모든 곡을 직접 연주하고 있다. 6개월 동안 계속해서 바짝 잘라낸 조그만 손톱은 더 작아져 있었다.
리넨 블렌드 클로케 소재의 오버사이즈 베스 미디 드레스는세실리에 반센(Cecilie Bahnsen), 드레스 안에 레이어드한 벌룬 슬리브의 화이트 튤 드레스는펜디(Fendi), 깃털 장식 슬리퍼는 토가(Toga).
사실 배우가 그렇게까지 연주를 해낼 필요는 없었다. 액션 장면을 위해 스턴트 배우가 있고 이런 전문 드라마를 위해 대역이 있다. 박은빈은 어릴 때 바이올린을 접한 적은 있지만 다시 음계부터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