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어떻게 그림 위에 압축되는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 예술가가 있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저는 어쩐지 경이롭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그 예술가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는, 그리고 지금의 문화 예술이 있게끔 했다는 낭만적인 생각이 들거든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한운성 컬렉션 기증 기획전 <그림과 현실>전을 둘러보면서도 저는 페어장에서만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운성이라는 작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저에게 1946년생인, 산수(傘壽)의 연배인 이 작가야말로 그 어떤 신인 예술가보다 훨씬 신선하고 놀라운 존재로 다가오더군요. 과거는 과거에 빚지고, 그 과거는 또 그 과거에서 이어진다는 진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해녀’, 1964, 종이에 리놀륨 판화, 45×53.5cm.이번 전시는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195점의 판화 컬렉션과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