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연애소설] 천선란의 ‘비효율 마음’
연애도 일종의 판타지라면, 마음껏 기대하고 상상하는 쪽을 택하겠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모호한 사랑의 감각을 의미심장하게 곱씹고 더듬는 김기태, 김초엽, 민지형, 박상영, 원소윤, 장강명, 정세랑, 천선란 작가의 초단편소설처럼.
비효율 마음
Pexels마레트는 어쩐지 미안한 얼굴로 청첩장을 내밀었다. 좋은 소식을 두고 저런 얼굴을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우리가 청첩장을 주고받는 데 눈치를 봐야 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연락이 몇 년 두절되었다가 보는 것도 아닌데. 물론 무의미한 말과 웃긴 영상들을 서로에게 보내주며 웃어대는 긴밀한 관계는 아닐지라도 마레트와 나는 분기마다 서로의 안부를 빠지지 않고 물었고 마레트가 누군가와 오랫동안 연애한다는 사실도, 머지않아 결혼하게 될 거라는 분위기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은 가까운 사이였다. 몇 년 만에 만난 마레트에게서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파트너의 공명 호르몬 ‘에르(Ehr)’의 향이 더 농도 짙게 묻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