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배우 안성기에 대한 기억 7가지
1997년 ‘보그’ 12월호, 조선희 작가가 찍은 배우 안성기의 모습.
겨울에 태어난 안성기는 겨울을 싫어했다. “난 한여름에도 목욕탕 가서 찬물에 안 들어가.” 1997년 12월, <보그> 독자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던 배우 안성기가 박중훈에게 말했다. 그는 이날의 야외 촬영도 탐탁지 않아 했다. 화보가 아닌 영화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영화 <남부군> 촬영 때는 한겨울에 비를 맞는 장면을 두고서도 앞장섰던 그다. “어떤 일에서든 제일 중요한 건 영화야. 다른 건 부수적이거든…” 안성기가 있는 현장에서는 언제나 영화가 먼저였다. 촬영 현장이 아니어도 안성기는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영화제의 수많은 개막식, 또 수많은 시사회, 그 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듣는 행사들까지. 돌이켜보면 안성기는 영화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남자를 자주 연기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티거나, 다른 이들을 위해 그 자리를 사수하거나, 누군가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