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15년째 또 꺼내 신는 부츠
이 계절은 참 못됐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진 버틸 만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바람이 뺨을 때리죠. 그렇게 겨울의 횡포가 시작되면, 저는 늘 같은 신발을 꺼냅니다. 많은 유혹을 뒤로하고, 해마다 꺼내 신는 스웨이드 앵클 부츠죠.
Getty Images고백하자면, 저는 신발에 미쳐 있습니다. 샌들, 스니커즈, 로퍼, 메리 제인, 부츠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죠. 해마다 겨울이면 으레 ‘이번엔 뭔가 새롭게!’를 외치며 쇼핑몰을 순례했고, 그 짜릿한 도파민에 몸을 맡겼습니다. 제 옷장이랑 어울리는지, 발은 편한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사람은 변합니다. 옷장을 정리하다 마주친 신발의 수, 그 안에 남은 가치, 한계를 보게 되면서요.
그렇게 알게 됐습니다. 계절의 유행이 아무리 요란하게 바뀌어도 끝내 살아남는 진짜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걸요. 저는 그걸 열다섯 살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오래 신을지 몰랐습니다.) 프린지 장식이 달린 스웨이드 앵클 부츠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