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족보가 생생하게 불타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니까, 이제 무엇이 K팝인지 따지는 질문은 촌스럽다는 말이다.
글 / 최이삭(K팝 칼럼니스트)
2024년 K팝 최고의 명장면을 하나 뽑아보자. 소동이 많았던 한 해라 고심되지만, 필자는 블랙핑크 리사의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베스트 K팝’상 수상을 고르겠다. K팝 가수가 미국의 음악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의 K팝 부문 시상은 믿고 거른 지 좀 됐다. 영어로 부르고 미국에서 정석으로 프로모션했으며, 그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열 번이나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베스트 K팝상을 탄 이후부터다. 그러나 이번 리사의 수상은 트로피 이상의 의미가 있다. K팝의 족보를 불태워버린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수상곡인 ‘Rockstar’는 리사의 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담은 영어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