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는 ’올라가려는 영화’와 ‘내려오려는 영화’가 같은 시기에 극장에 걸렸다. 올라가려는 영화는 하정우, 여진구 주연의 <하이재킹>이고, 내려오려는 영화는 이제훈과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탈주>다. 물론 두 영화가 모두 ‘군사분계선’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하이재킹>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지킨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탈주>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선택의 가능성을 찾아 안간힘을 쓰는 청춘에 대한 영화다. 그럼에도 두 영화에서 선을 넘으려는 인물들이 현실에 대해 갖는 문제의식이 비슷하다는 건 흥미롭다. 그들은 모두 ‘출신’에 엮여 있다. <하이재킹>의 용대(여진구)는 월북한 형 때문에, <탈주>의 규남(이제훈)은 출신 성분 때문에 미래를 꿈꿀 수도 없고, 더 나은 삶을 만들 수도 없다. 넘어갈 수 없는 지리적인 선이 있지만, 그 전에 이들 앞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