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패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스타일은 무엇일까? 패션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전쟁 중 원단을 최대한 아끼고 고쳐 입는 방식으로 시작해 ‘뉴 룩’, 즉 멋 그 자체를 위한 스타일의 탄생으로 마무리된 10년이었으니 말이다.
1943년 2월 1일 발행된 <보그>의 우울한 발췌문이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번 호가 발간될 즈음에는 미국에 새로운 종류의 화폐가 유통될 것이다. 플라스틱 동전도 아니고 새로운 지폐도 아니다. 바로 배급 쿠폰이다.” 여기서 배급 쿠폰은 정부가 전시 또는 긴급 상황에서 국민에게 부족한 식량이나 생필품을 배급하기 위해 발행한 일종의 카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전역에는 복구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파리에서는 꾸뛰르 산업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영국에서는 가죽 소재를 제한했다. 반면 미국에선 면화 생산으로 원단 부족을 피해 갈 수 있었다. 1940년대 초반의 가장 큰 트렌드는 유틸리티 스타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