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의 성장 동력은 ‘파워(Power)’다. 그것은 건전한 주식 포트폴리오, 건강하고 탄탄한 신체, 깨진 유리 천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뉴욕 증권 거래소의 종소리, MTV 음악, 개인용 컴퓨터의 키보드 소리에 맞춰 1980년대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패션 또한 참신했다. 라이크라는 몸에 달라붙어 전례 없이 보디라인을 드러냈고, 파워 수트가 탄생했다.
1985년 10월호 <보그>에 실린 한 사설이 이 시기를 완벽하게 요약한다. 헬무트 뉴튼이 촬영한 ‘파워 드레싱’이란 제목의 화보에는 가스탱크를 채우고, 수영장을 청소하며, 울타리를 다듬는 남성들 위에 여성들이 올라탄 모습으로 등장한다. 게재된 글은 다음과 같다. “패션을 엔터테인먼트, 판타지, 도발적인 요소로 바라보는 다른 시각. 남성이 여성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 남성을 바라보는 여성. 주목받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옷을 입는 여성. 남성은 판타지를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방향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건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