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빅픽처’는 무엇인가? (있긴 한 건가?) 돛을 펴는 것보다 나침반을 여는 일이 먼저다.
글 / 홍재민(축구 전문 기자)
욕받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욕받이 노릇을 한다. 프로 구단을 없애려고 했던 정치인도, 술에 취한 코미디언도 협회를 욕하면 박수를 받는다. 조직이나 개인은 일정 이상의 학습 능력을 지니기 마련인데, 2024년 협회는 그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결여되어 있다. 협회의 본격적 ‘삽질’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에서 ‘2701호 사건’이 발생했다. 손흥민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물리치료팀이 국가대표팀의 공식 업무 영역을 침범하면서 생긴 갈등이었다. 선수들의 폭주에 밀려 의무팀장은 현장 업무에서 배제되는 굴욕을 맛봤다. 큰 충격을 받은 지원 스태프들은 귀국하기가 무섭게 대표팀 업무에서 손을 뗐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선수들에게 하인 취급을 받았다는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다. 협회는 사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소위 ‘뭉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