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던가, 봄이던가, 봄이 가는가. 부산스럽게 지나가는 봄의 한가운데서 오랜만에 시를 읽는다. 헛헛하고 불안한 마음은 떠나온 곳에 최대한 멀찍이 두고 싶다. 기차에 올랐다. 다행히 만석이 아니다. 띄엄띄엄 사람들이 보인다. 비교적 조용하다. 창으로 볕이 적당히 들이친다. 하늘이 맑다. 푸르다. 구름이 소란스럽지 않게 조금씩 피어오른다. 시를 읽을 생각을 하니 좋다. 일과 일의 틈새, 막간의 환기가 절실하다. 시가 숨구멍이 돼줄 것이다. 박연준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2024, 문학동네)을 펼쳤다. 사랑의 안부가 아니라 사랑의 생사라니. 그런 걸 보고 올 수 있을까? 보고 와도 괜찮을까? 사랑… 살았는가, 죽었는가? 표제작 ‘불사조’다.
박연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2024, 문학동네)당신에게 부딪혀 이마가 깨져도 되나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날았고/ 이마가 깨졌다// 이마 사이로, 냇물이 흘렀다… 이곳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