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영나의 작업은 그러나 결코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그 경계에서 한 번도 안주한 적이 없을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예컨대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음반 디자인 작업, 에르메스나 코스 등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성신여대입구역 내부에 대형 벽화 작업을 선보이기도 하고, 갤러리에 작업실을 차려놓고 실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공개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지요. 또 2019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후에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전시하고, 모르는 이들을 초대해 그곳에서 1시간 동안 머물 수 있게 하는 ‘LOOM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말하자면 그 공간을 찾은 이들이 다름 아닌 시공간 개념의 경험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셈이죠. 김영나에게 디자인이랑 단순한 목적 혹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와 방식의 문제입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 설치 전경.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 설치 전경.